비록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2018년 겨울, 한 가족은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었던 두 개의 필지를 모아 임대를 위한 공동주택과 거주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건축가를 찾았다. 재래시장 재정비 촉진 지구에 면하여 수백 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시설 계획 부지에 인접해 있는 땅이었다. 이는 공동개발을 통해 대형 재건축 프로젝트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있었음을 의미했고, 자연스레 왜 별도의 주택을 기획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뒤따랐다.
“비록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 건축주 가족에게도 인접한 주상복합시설의 일부로 대지를 편입시켜달라는 권유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은 거대한 자본과 보편성의 힘을 뿌리치고, 가족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건축가는 그 조력자로서 그들의 바람대로 ‘작지만 좋은 집’을 지어나갔다.
대지 조건은 1인 주거 공간 약 12세대, 2인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소형 주거 공간 6세대, 그리고 근린생활시설 일부와 가족의 보금자리이다. 가족의 보금자리는 최상층에 자리하고, 단일공간으로 구성된 1인 주거 공간 4개 유닛과 침실이 분리된 소형주택 3개 유닛이 중층에 쌓아 올려졌다. 근린생활시설은 지상층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되어 임대 효율을 높였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여느 소규모 공동주택과 다르지 않으나, 건축가는 그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차별화된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소형 주택이라 하여 동일하게 복제, 병치 되는 구성은 피할 것
첫 번째 원칙을 위해 중층 임대용 주거 유닛들은 제각기 다른 요소들로 채워졌다. 테라스가 있는 유닛, 다양하게 절개된 입면을 가진 유닛, 여유 있는 내부 수납공간을 가진 유닛, 알파룸이 제공되는 유닛,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연출되는 유닛 등 작지만 획일화되지 않은 공간구성으로 실현되었다. 임차인의 선택을 고려한 다양한 조건은 임대시장에서 다양한 관점의 가격 책정 근거로 작용한다.

6,7층 우측 유닛방

6,7층 좌측 유닛 거실

6-7층 좌측유닛 주방, 현관
둘째, 사용자와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건축적 수준을 높일 것
두 번째 원칙을 위해 건물에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중요한 부분까지, 공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곳에 섬세한 건축적 대응이 도입되었다. 가장 먼저 내부로 편입될 시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소음과 관리, 수요의 원인이 되는 보일러실과 실외기실 등이 공용부로 나왔고, 이는 각 가구의 효용과 쾌적을 높이는 포인트가 되었다. 이에 더해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옥상부가 실내화, 공용화, 정원화 되기도 했다. 승강기가 최상층에 마련된 옥상정원과 공동 세탁 공간, 공용 테라스까지 운행되어 공용공간을 더욱 활성화한다.

옥상 공용공간
옥상 정원공간
무엇보다 건물에는 도심형 소규모 공동 주거 건축물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주차 부족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도입되었다. 지상에서 편리하게 관리, 사용할 수 있는 리프트식 기계식 주차이다. 이를 통해 주차면 확보와 활용성이 모두 충족되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계획을 통해 화물 보관, 우편함 관리 및 사용, 쓰레기 배출 등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건축적, 공간적 대응이 도입되었다.

1층 출입구 측면

2층 근린생활시설
이러한 ‘거주민-프렌들리’의 공간계획 개념을 외관의 정체성으로 풀어내기 위해 외관에는 가장 친숙하고 담백한 디자인과 재료가 선정되었다. 다양한 구성의 유닛은 각각 최적의 환경을 위한 자리에 배치되고, 이를 모아 단순하게 쌓아 올린 건물은 크게 3개의 볼륨으로 나뉘어 각자 향하고 있는 주변 환경에 알맞게 여닫힌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디자인이 입면에 골고루 적용되어 외관의 컨셉을 보강하고,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건물의 얼굴을 만든다. 이러한 건축의 모습에 어울릴 만한 재료로는 주택 건축에서 가장 친숙한 재료인 적벽돌과 노출콘크리트가 적용되었다. 태생적으로 ‘쌓아’ 구축하는 벽돌의 성질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층별로 얇은 콘크리트 띠를 내밀어 벽돌을 받힌다.

공용 계단
벽돌을 쌓기 위해 건축의 구체가 내민 손은 서로 손 내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거 공동체의 모습과 닮았고, 그 위에 한 켜 한 켜 쌓여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적벽돌의 모습은 켜켜이 쌓여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았다. 이러한 삶을 응원하려는 건축가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공간 안에 가득하기에, 이 집이 시작되었던 ‘작지만 좋은 집’이라는 한 문장은 꽤 그럴듯한 건축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콘텐츠 제휴 | 세상의 모든 건축이야기, 에이플래폼
건축가 | Architects H2L http://architectsh2l.com
사진 | 김성철
↓ '신당동 모아쌓은집'이 있는 동네, 우리동네 신당역 자세히 보기 ↓

랜선 집구경은 동네에서 1인 생활자가 살기 좋은, 머무르기 좋은 공간을 소개합니다.
비록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2018년 겨울, 한 가족은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었던 두 개의 필지를 모아 임대를 위한 공동주택과 거주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건축가를 찾았다. 재래시장 재정비 촉진 지구에 면하여 수백 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시설 계획 부지에 인접해 있는 땅이었다. 이는 공동개발을 통해 대형 재건축 프로젝트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있었음을 의미했고, 자연스레 왜 별도의 주택을 기획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뒤따랐다.
“비록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당연하다는 듯 건축주 가족에게도 인접한 주상복합시설의 일부로 대지를 편입시켜달라는 권유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은 거대한 자본과 보편성의 힘을 뿌리치고, 가족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건축가는 그 조력자로서 그들의 바람대로 ‘작지만 좋은 집’을 지어나갔다.
대지 조건은 1인 주거 공간 약 12세대, 2인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소형 주거 공간 6세대, 그리고 근린생활시설 일부와 가족의 보금자리이다. 가족의 보금자리는 최상층에 자리하고, 단일공간으로 구성된 1인 주거 공간 4개 유닛과 침실이 분리된 소형주택 3개 유닛이 중층에 쌓아 올려졌다. 근린생활시설은 지상층과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되어 임대 효율을 높였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여느 소규모 공동주택과 다르지 않으나, 건축가는 그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차별화된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소형 주택이라 하여 동일하게 복제, 병치 되는 구성은 피할 것
첫 번째 원칙을 위해 중층 임대용 주거 유닛들은 제각기 다른 요소들로 채워졌다. 테라스가 있는 유닛, 다양하게 절개된 입면을 가진 유닛, 여유 있는 내부 수납공간을 가진 유닛, 알파룸이 제공되는 유닛,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연출되는 유닛 등 작지만 획일화되지 않은 공간구성으로 실현되었다. 임차인의 선택을 고려한 다양한 조건은 임대시장에서 다양한 관점의 가격 책정 근거로 작용한다.
6,7층 우측 유닛방
6,7층 좌측 유닛 거실
6-7층 좌측유닛 주방, 현관
둘째, 사용자와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건축적 수준을 높일 것
두 번째 원칙을 위해 건물에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중요한 부분까지, 공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곳에 섬세한 건축적 대응이 도입되었다. 가장 먼저 내부로 편입될 시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소음과 관리, 수요의 원인이 되는 보일러실과 실외기실 등이 공용부로 나왔고, 이는 각 가구의 효용과 쾌적을 높이는 포인트가 되었다. 이에 더해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옥상부가 실내화, 공용화, 정원화 되기도 했다. 승강기가 최상층에 마련된 옥상정원과 공동 세탁 공간, 공용 테라스까지 운행되어 공용공간을 더욱 활성화한다.
옥상 공용공간
옥상 정원공간
무엇보다 건물에는 도심형 소규모 공동 주거 건축물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주차 부족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도입되었다. 지상에서 편리하게 관리, 사용할 수 있는 리프트식 기계식 주차이다. 이를 통해 주차면 확보와 활용성이 모두 충족되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계획을 통해 화물 보관, 우편함 관리 및 사용, 쓰레기 배출 등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건축적, 공간적 대응이 도입되었다.
1층 출입구 측면
2층 근린생활시설
이러한 ‘거주민-프렌들리’의 공간계획 개념을 외관의 정체성으로 풀어내기 위해 외관에는 가장 친숙하고 담백한 디자인과 재료가 선정되었다. 다양한 구성의 유닛은 각각 최적의 환경을 위한 자리에 배치되고, 이를 모아 단순하게 쌓아 올린 건물은 크게 3개의 볼륨으로 나뉘어 각자 향하고 있는 주변 환경에 알맞게 여닫힌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디자인이 입면에 골고루 적용되어 외관의 컨셉을 보강하고,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건물의 얼굴을 만든다. 이러한 건축의 모습에 어울릴 만한 재료로는 주택 건축에서 가장 친숙한 재료인 적벽돌과 노출콘크리트가 적용되었다. 태생적으로 ‘쌓아’ 구축하는 벽돌의 성질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층별로 얇은 콘크리트 띠를 내밀어 벽돌을 받힌다.
공용 계단
벽돌을 쌓기 위해 건축의 구체가 내민 손은 서로 손 내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거 공동체의 모습과 닮았고, 그 위에 한 켜 한 켜 쌓여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적벽돌의 모습은 켜켜이 쌓여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았다. 이러한 삶을 응원하려는 건축가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공간 안에 가득하기에, 이 집이 시작되었던 ‘작지만 좋은 집’이라는 한 문장은 꽤 그럴듯한 건축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콘텐츠 제휴 | 세상의 모든 건축이야기, 에이플래폼
건축가 | Architects H2L http://architectsh2l.com
사진 |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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